게임사이언스의 야심작, ‘서유기’ 기반 액션 RPG ‘검은 신화: 오공’(이하 ‘오공’)이 글로벌 게이머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8월 20일 PC와 PS5 플랫폼에 정식 출시됐다.
게임이 출시되기 며칠 전, 리뷰 엠바고가 해제되면서 매체들의 평가가 잇따라 공개됐다. PC플랫폼 기준 긍정 리뷰 41개, 복합적 리뷰 8개가 집계되어 메타스코어 82점으로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긍정적인 평가로 “뛰어난 그래픽과 훌륭한 연출” 그리고 “독특한 전투 시스템” 등이 있었고, 부정적 평가로는 “아쉬운 타격감”과 “미흡한 레벨 디자인”이 떠올랐다.
4년 전 최초 공개된 트레일러로 한껏 기대감을 높였던 ‘검은 신화: 오공’은 지난 6월 8일 시작된 사전 판매에서 무려 300만개를 판매하며 출시 전부터 흥행을 예고했다. 그리고 드디어 정식 출시된 첫날, 스팀에서 동시접속자 수 2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스팀 역대 게임 동시접속자 순위 2위에 올랐다. 유료 싱글 플레이 게임으로서 이례적인 기록이며, ‘오공’의 폭발적인 초기 흥행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매력적인 서유기 세계관
‘오공’은 언리얼 엔진 5의 압도적인 그래픽 파워를 활용해 서유기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초목이 우거진 늑대의 숲, 황금빛 사막의 황풍령, 눈부신 설경의 소서천 등, 챕터마다 웅장하고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져 탐험의 재미를 더한다. 중국 고전 소설 서유기의 정수를 담아내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인상적이다.
각종 사찰의 디자인부터 캐릭터들의 의상, 건축물의 구조, 특히 게임 내에 등장하는 조각상과 벽화들은 실제 중국 고대 유적지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어 유적에 깃든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러한 섬세한 디테일은 게임사이언스가 확실히 배경 제작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게임의 배경 못지않게 신경 쓴 요괴들의 디자인은 ‘오공’의 또 다른 매력이다. 엄청난 종류의 요괴들이 저마다 독특한 외형과 능력을 가지고 등장하며, 보스들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화려한 연출과 다양한 공격 패턴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보스 전투에 각각의 개성을 불어넣어 지루할 틈 없는 플레이 경험을 선사한다.
‘오공’의 주요 서사는 바로 이 요괴들의 고유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게임 내 요괴 도감에서 각 요괴들의 독특한 배경과 사연을 확인할 수 있고 각 챕터를 클리어하면 관련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의 형식으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다만 캐릭터들의 대사가 난해하고 서유기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캐릭터들의 대화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건 단점이다.
◈다양한 육성 시스템과 전략적인 전투
‘검은 신화: 오공’이 소울 시리즈의 시스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한 만큼, 소울류 게임의 요소들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소울라이크 게임 중의 ‘화톳불’을 대신하는 ‘토지신 사당’이다. 예컨대 캐릭터를 회복시키고 회복 아이템인 호리병을 재충전하는 동시에 적들을 리스폰하는 세이브 포인트, 그리고 캐릭터를 육성하고 강화할 수 있는 각종 장비와 아이템을 제작하고 재화를 소비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다소 무거우면서 답답함이 있는 소울류 게임들과는 달리, ‘오공’은 날렵한 공격과 재빠른 회피로 보다 경쾌한 전투를 선사한다. 적은 피해를 주는 대신 곤봉치를 축적하는 약공격, 그리고 축적한 곤봉치를 소모하여 막강한 일격을 퍼붓는 강공격이 있다. 약공격과 강공격을 적절히 조합해 섞어 사용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이다.
‘오공’에는 주인공이 사용하는 무기가 곤봉 하나로 제한되지만, 세가지 봉술 자세를 자유롭게 전환하며 다채로운 전투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상대의 공격을 상쇄시키는 벽곤, 곤봉을 세워 지상 공격을 피하는 입곤, 곤봉을 늘려 먼 거리에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착곤 등 다양한 봉술을 활용해 상황에 맞는 전략적 전투를 즐길 수 있으며, 각 봉술마다 개성 넘치는 손맛을 자랑한다.
‘오공’의 기본 방어 수단은 구르기다. 구르기 시전 동안에는 짧은 무적 시간을 확보하며 게임 속 거의 모든 공격을 구르기로 피할 수 있다. 적의 공격에 맞춰 완벽한 타이밍에 구르기를 시전하면 슬로우 모션이 걸리면서 제자리에 잔상을 남기는 역동적인 회피를 시전한다. ‘오공’의 구르기는 판정이 넉넉하고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시전했을 때 발동되는 저스트 회피도 어렵지 않게 자주 발동되어 플레이어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액션 게임의 백미를 보여준다.
‘오공’은 봉술이라는 기본 무기 공격 외에도, 원작 ‘서유기’의 다채로운 법술을 게임 시스템에 완벽하게 녹여내 전투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묘술의 정지술로 시간을 멈추고, 체술의 바위 육신으로 방어를 강화하며, 잔털로 분신을 만들어 적을 혼란시키는 등 다양한 법술을 활용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봉술과 법술의 조합은 ‘오공’의 전투를 단순한 액션 게임을 넘어, 전략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플레이어들에게도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변신술은 ‘오공’의 전투 시스템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물리친 적의 모습으로 변신해 일정 시간 동안 그들의 강력한 기술과 능력을 빌려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변신 상태에서는 신력을 소모해 다양한 공격을 펼치고, 게이지를 모아 화려한 필살기도 사용할 수 있다. 아예 새로운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전투의 볼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오공’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오공’은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깊이 있는 육성 시스템을 제공한다.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처치하거나 맵을 탐험하며 얻은 경험치로 레벨을 올리고, 레벨을 올려 획득한 특성치를 앞서 언급한 봉술, 법술 등 다양한 기술의 세분화된 스킬 트리에 투자해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투자한 특성치는 언제든 토지신 사당에서 자유롭게 초기화할 수 있어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한, 캐릭터 사망 시 경험치를 잃는 소울류 게임과 달리, ‘오공’은 캐릭터가 죽더라도 사당으로 이동하는 것 외엔 그 어떤 페널티도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맵 곳곳을 탐험하며 새로운 적에 도전할 수 있다. 경험치와 레벨도 보존되어 실패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RPG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
다만 게임에 맵이나 퀘스트 안내가 없어 플레이어가 스스로 길을 기억하고 퀘스트 목표를 찾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디자인 자체는 크게 비난할 문제가 아니지만, 게임 내 지형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보이지 않는 벽으로 막힌 구역이 많아 이동할 수 있는 영역과 이동이 불가한 영역을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맵이나 안내가 없는 것은 그 이상의 불편을 야기한다. 특히 길 찾기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되면 게임의 몰입도를 저해할 수 있다.
◈게임을 넘어 문화 현상으로
게임사이언스가 SNS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8월 23일 기준 ‘오공’의 판매량이 1,000만 장을 달성했고 전 플랫폼을 통틀어 동시접속자수 300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오공’과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게임 출시 이후 관련 하드웨어 기기의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오공’의 배경으로 활용된 지역의 관광객 유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러 여행 플랫폼에서 게임 속 배경이 된 명소 검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오공"은 게임 속에 산시성의 옥황묘, 숭복사, 소서천, 철불사 등 유명 사찰을 사실적으로 구현하여, 게임을 접한 많은 이들에게 실제 방문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게임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여행에 대한 영감을 얻는 사람들이 늘어나 게임 속 가상의 세계가 현실 세계의 여행을 이끄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오공’을 통해 문화의 매력과 혁신 능력을 보여주면서 중국의 소프트파워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중국 문화 해외 진출의 중요한 이정표’라는 찬사를 보내면서 ‘오공’은 여러모로 큰 상징성이 있는 게임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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